읽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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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읽은 것/문학 2024. 12. 5. 19:30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지향하는 나(변호사)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일에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고 생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변호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일의 특성상 흥미롭고 별스러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잦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바틀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창백하고 말쑥하고 점잖으며 쓸쓸한 인상의 바틀비는 아주 조용히 그리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놀라운 분량의 필사를 해냈다. 그의 근면·성실함에 크게 기뻐했던 일도 잠시, 변호사가 바틀비에게 검증한 필사본을 검증하는 일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을 내뱉는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사람이 아닌 듯한- 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 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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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지나쳐선 안 되는 것들읽은 것/문학 2024. 9. 26. 18:27
01얇고 가벼운 책이어서였을까?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고 넘어가려 했던 나는 책을 덮자마자 다시 첫 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책이 읽기에 불편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지만, 뭔가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았있었다. 천천히 다시 읽어보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고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란 제목과는 달리, 작고 사소해 보인다고 해서 지나쳐선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은 힘들었던 가정형편, 평생 알 수 없는 친부와 그의 소식,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그리고 모두가 힘들고 혹독한 시기를 살았던 한 남자, 펄롱이 마주한 선택을 이야기한다. 그는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했기에 생기는 결핍이 있었고, 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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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돈의 역사] 그때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읽은 것/경제 2023. 9. 17. 18:44
01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경제 서적 중심으로 독서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경제에 관심을 두며 여러 경제 서적을 읽어왔던 나는 나름의 금융지식과 경제관, 투자 인사이트를 갖추었다 생각했다. 2021년 초, 코로나 때문에 대규모 양적 완화가 펼쳐지며 성장주를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어설픈 지식으로 뒤늦게 FOMO에 쫓겨 투자를 시작한 나는 '뉴노멀'(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한 회귀가 아닌 현시점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즉 무제한 양적 완화 되어 미친 유동성이 풀려버린 현재를 기준으로 세상이 재정립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믿는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뉴노멀을 믿어야 지금 주식을 사도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뉴노멀에 대한 믿음은 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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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비밀] 삶은 신체를 소모하므로 인간의 기본값은 고통이다읽은 것/건강 2023. 8. 2. 14:53
01 내가 좋아하는 웹툰인 [격기3반]에 나오는 대사다. "삶은 고통이다." 라는 메세지를 담은 많은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삶은 신체를 소모한다는 말'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는 존재의 저항 때문에 자연스레 발생하는 에너지와 소모를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삶은 시간이면서, 나라는 인간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담고 있는 듯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겪는 노화와 인간으로서 살며 겪는 모든 일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산다는 건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이렇게도 잘 알고, 또 좋아하는 말로 늘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나는 고통을 마주할 때마다 늘 새롭다. 당장 눈앞에 산재한 문제들에 짓눌려 고통스러운 삶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은 때가 많다. 그렇게 머뭇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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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함의 힘]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읽은 것/자기계발 2023. 7. 16. 19:06
01 일을 쉬며,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삶의 전반을 돌아보며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던 중에 '독서하고 서평 쓰기'를 넣었다. 대학 졸업 학기쯤부터 시작한 독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시간을 쭉 돌이켜보니, 내게 깊이 각인되어 살아있는 지식으로 지금까지 내가 활용하고 곁에 두고 있는 통찰들은 거의 내가 '독서하고 서평 쓰기'를 하던 2020년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이후로도 독서를 꾸준히 해왔지만, 책을 읽고 다시 살펴보며 나의 것으로 정리하고 글로 쓰기를 멈추니 내재화되는 정도가 아주 적었다. 독서와 서평, 그리고 독서 모임을 통해 공유하기를 통해 아웃풋 중심 독서를 다시금 내 삶의 루틴으로 삼고자 하던 중에 씽큐베이션은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그 첫 번째로 [유연함의 힘]을 읽게 된 건, 큰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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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을 팝니다] 나를 설명하는 공용어읽은 것/인문 2020. 10. 27. 06:19
접하며, "성격 유형이라는 언어로 자기를 이해하는 기술은 개인의 소멸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개인을해방하는힘도 있다. 자기를 선명하게 인식하는 언어로 무장하고 전통과 관성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신이 곧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고 결정하는 주체라고 생각하게 된다." (19p) 성격 유형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된 개인의 성격을 단순화시켜주고, 고통스럽고 어려운 자아 탐색과 자아 성찰을 기계적으로 돕는다. 자아실현을 위한 아주 편리한 도구인 셈이다. 하지만 편리함은 결핍을 유발한다. 편리함이 일으키는 결핍에 대한 이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테크 심리학]을 봤다면, 기술이 인간에게 미친 감정과 무의식의 변화에 대한 통찰을 통해 알 수 있다. 편리함과 결핍은 매우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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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불안이라는 동반자읽은 것/에세이 2020. 10. 7. 22:52
접하며, 불안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생각해보면 난 언제나 불안과 함께였던 것 같다. 불안은 의식과 무의식, 어디서든 나와 함께 있었다. 그런 불안은 지금도 내 옆에 있다. 하지만 차이는 있다. 과거의 불안은 나를 지배했다. 나는 불안을 통제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나를 좀먹기 일쑤였다. 과거의 불안과 달리 현재의 불안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 날 조급하게 만들긴 해도 더이상 조급증이 날 지배할 순 없다. [불안]은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책이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떤 차이가 불안을 누그러뜨리고 나를 지킬 수 있게 만들었을까. 우선 불안의 존재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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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병의 시대] 대유행병 시대에 살아남기읽은 것/인문 2020. 9. 24. 23:01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2020년, 현재 ‘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불편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은 시간은 여전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가 없던 날들이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에이즈, 사스, 메르스, 에볼라의 대유행과 충격을 직간접적으로 느꼈던 세대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유행병, 전염병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해왔다. 이런 의식을 깨버린 것이 바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이다. 이렇게 격렬하게 체감하는 까닭은 이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이유도 있겠지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생산성을 목표로 삼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기 때문으로도 생각된다. 하는 일에 간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직접 엄청난 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