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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돈의 역사] 그때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읽은 것/~2024 2023. 9. 1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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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경제 서적 중심으로 독서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경제에 관심을 두며 여러 경제 서적을 읽어왔던 나는 나름의 금융지식과 경제관, 투자 인사이트를 갖추었다 생각했다. 2021년 초, 코로나 때문에 대규모 양적 완화가 펼쳐지며 성장주를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어설픈 지식으로 뒤늦게 FOMO에 쫓겨 투자를 시작한 나는 '뉴노멀'(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한 회귀가 아닌 현시점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즉 무제한 양적 완화 되어 미친 유동성이 풀려버린 현재를 기준으로 세상이 재정립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믿는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뉴노멀을 믿어야 지금 주식을 사도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뉴노멀에 대한 믿음은 오로지 내 희망 사항에 의한 것이었다. 이때 나는 우매함의 봉우리 꼭대기에서 희망회로를 최대로 돌리느라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지도 모르는 채,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웃고 있지 않았을까. 절벽 아래로 쓸려 내려온 내가 돌이켜 보니 봉우리 위 선명하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후퇴하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봉화가 분명했다.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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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잘하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라는 메일을 자주 받는다는 저자는 그때마다 두 가지 공부가 필요하다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기초적인 거시 경제 이론이며, 두 번째는 투자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라고. 경제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경제가 어떤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지 이해하기 위해 거시 경제 이론을 학습해야만 한다. 거시 경제 이론은 '룰 북'이다. 게임을 하더라도 게임의 규칙에 대한 이해 없이 게임을 하는 게 가능할까? 설령 규칙 모르고 게임을 하게 되더라도, 잘할 수 있을까? 우연히 게임 규칙도 모르고 잘했더라도, 이후 플레이할 게임에서 지속할 수 있을까? 거시 경제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외하더라도, [대한민국 돈의 역사]라는 책은 한국 경제가 거시 경제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 역사적 사건이 한국 경제 경로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확립되었는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의 설립과 성장 배경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특징과 한국에서 투자할 때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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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왜 주식보다 부동산 시장에 열광하는 걸까? 저자는 돈의 역사를 통해 이 물음에 답을 한다. 우리나라는 토지의 소유권이 조선 후기부터 확립됐다. 하지만 주식은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은 것은 자산의 가치가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되던 불확실성이 해소된 80년대 민주화 이후이다. 소유권과 불확실성. 즉 저자는 재산권과 재산권 보호 수준이 자산 가치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신뢰는 곧 돈이다. 높은 금리와 수익률을 기대하는 금융 상품을 살펴보자. 이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까닭은 신뢰성이 낮고 투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로 신뢰의 공백을 지불하기에 존재한다. 6.25 이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신뢰와 환경을 만드는데 어떠한 과정을 겪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 경제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왜 우리나라는 북한과 다른 노선을 걷게 되었는가? 어떻게 수출 제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는가? 베트남 전쟁이 우리나라에 미친 경제적 영향은? 석유 파동과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2002년 카드 대란의 여파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렇게 겪은 수많은 위기와 이후 맞이한 기회들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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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왜 내가 처음 투자를 했을 때,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당시의 나는 나름의 얄팍한 독서로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 투자를 위해 금융지식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역사와 맥락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관점을 수렴하려는 태도가 없었다. 수많은 미래 경제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인 '뉴노멀'에 빠져, 그 미래가 가능한지만을 따졌다.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시나리오란 있을까? '가능한가'만을 보기보다, '불가능한가'를 같이 놓고 비교하며 따져야 더 객관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뉴노멀'이라는 시나리오만 놓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 역사적 관점으로 봤을 때 과거 유사한 사례와 비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들의 요구, 현 경제 상태에 대한 정밀한 분석,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투자하려는 기업 분석 등 함께 놓고 맥락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정말 수없이 많다. 한 가지 시나리오만을 두고 나의 희망 사항과 장밋빛 미래를 책임져달라고 한다면, 복권을 사서 당첨되길 기도하는 것과 다를 게 있을까.
결국 지나야 선명히 보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태풍의 눈 속에서 내가 원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치밀한 준비와 원칙들이 필요하다. 내가 방향을 잃을 것 같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가만히 태풍이 지나길 기다릴 것인가, 태풍의 눈 속에서도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 뚫고 나아갈 것인가, 주변 지리를 미리 학습하고 태풍이 눈이 가려도 생각한 방향대로 나아갈 것인가.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아는 것'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와 학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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