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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사는 게 너무 힘들 때본 것/영화 2025. 1. 11. 21:38
가볍지만 무거운 다중우주, 미시 세계, 정체성, 존재, 자유의지, 운명론, 진리, 선과 악의 정의와 그 모호한 경계… 하나같이 붙잡고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를 무거운 주제들이 쏟아진다. 마치 50,000 피스 퍼즐을 뒤집어엎어 놓은 듯 머릿속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기분이 들었다. 무거워지는 내 머리와 느려지는 연산속도… 이런 내 머릿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화는 더 빠른 속도로 다중 우주를 넘나들며 현란한 액션을 펼치는 동시에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때로는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이끌었다. 무수한 퍼즐 조각을 주우며 따라가기 급급했던 나는 그냥 생각을 정리하며 보기를 포기했고 그러자 좀 더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포장한 이 영화의 언어가 꽤 마음에 들었다. 나를 영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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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누구에게나 있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읽은 것/~2024 2024. 12. 5. 19:30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지향하는 나(변호사)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일에 추가 인력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고 생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변호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일의 특성상 흥미롭고 별스러운 사람들을 만날 일이 잦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바틀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창백하고 말쑥하고 점잖으며 쓸쓸한 인상의 바틀비는 아주 조용히 그리고 엄청난 집중력으로 놀라운 분량의 필사를 해냈다. 그의 근면·성실함에 크게 기뻐했던 일도 잠시, 변호사가 바틀비에게 검증한 필사본을 검증하는 일에 도움을 요청하자 그는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을 내뱉는다. "안 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사람이 아닌 듯한- 바틀비는 처음에는 놀라운 분량을 필사했다. 마치 오랫동안 필사에 굶주린 것처럼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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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비밀의 햇볕본 것/영화 2024. 11. 7. 19:31
밀양, 비밀의 햇볕 죽은 남편의 고향에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왔지만 밀양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차가 말썽이 되어 간신히 도움을 받게 된 신애(전도연)는 밀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종찬(송강호)를 만나게 된다. 고장이 난 차를 고치지 못하고 결국 종찬의 차를 타고 함께 밀양으로 향하며 신애는 밀양에 관해 묻는다. 종찬은 밀양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설명을 늘어놓지만 대답이 썩 맘에 들지 않았는지, 신애는 종찬에게 밀양의 뜻을 아느냐고 재차 묻는다. 신애는 밀양은 비밀의 햇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며, 참 예쁜 이름이라고 말한다. 극이 전개되며 비밀의 햇볕이라는 참 예쁜 이름은 신애에게 끝까지 예쁠 수 없는 이름이 되고 만다. 밀양의 의미는 영화의 서사를 따라 급격히 변화한다. 비밀의 햇볕이라는 이름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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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미숙함을 대처하는 태도본 것/영화 2024. 10. 13. 17:10
이상적인 아버지 사회적인 성취와 풍족한 경제력을 갖추고 자식을 아낌없이 지원해주며 탁월함을 가르칠 수 있는 아빠? 여유와 유머를 가지고 편안함과 친숙함으로 곁을 지켜주며 가족의 유대를 느끼게 해주는 아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두 아빠 사이에서 어떤 아빠가 더 나은 아빠인가 저울질하며 평가하려 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두 아빠 모두 좋은 아빠이자, 부족한 아빠였다. 이 세상에 부족함 없이 완벽한 아버지가 어디 있을까? 두 아버지는 모두 주어진 아버지 역할에 온갖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상적인 아버지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닐까. 물론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하기도 하며 아버지를 향한 길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 이 모든 게 아버지라는 길의 일부이며 이런 과정 없이는 더 나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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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지나쳐선 안 되는 것들읽은 것/~2024 2024. 9. 26. 18:27
01얇고 가벼운 책이어서였을까?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고 넘어가려 했던 나는 책을 덮자마자 다시 첫 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책이 읽기에 불편한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지만, 뭔가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남았있었다. 천천히 다시 읽어보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인상을 받았고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란 제목과는 달리, 작고 사소해 보인다고 해서 지나쳐선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책은 힘들었던 가정형편, 평생 알 수 없는 친부와 그의 소식,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 그리고 모두가 힘들고 혹독한 시기를 살았던 한 남자, 펄롱이 마주한 선택을 이야기한다. 그는 마땅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했기에 생기는 결핍이 있었고, 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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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돈의 역사] 그때 나는 왜 알지 못했을까?읽은 것/~2024 2023. 9. 17. 18:44
01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경제 서적 중심으로 독서를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경제에 관심을 두며 여러 경제 서적을 읽어왔던 나는 나름의 금융지식과 경제관, 투자 인사이트를 갖추었다 생각했다. 2021년 초, 코로나 때문에 대규모 양적 완화가 펼쳐지며 성장주를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나는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어설픈 지식으로 뒤늦게 FOMO에 쫓겨 투자를 시작한 나는 '뉴노멀'(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한 회귀가 아닌 현시점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즉 무제한 양적 완화 되어 미친 유동성이 풀려버린 현재를 기준으로 세상이 재정립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믿는 사람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뉴노멀을 믿어야 지금 주식을 사도 돈을 벌 수 있었기에, 뉴노멀에 대한 믿음은 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