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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하며
"역경에 맞서고, 회복 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이라는 책의 소제목에서 찾아볼 수 있듯, 평소 내가 추구하는 안티프레질한 삶과 밀접한 개념을 소개하고 보충할 수 있어 좋았다. 상실과 사랑을 가족, 연인의 관점에서 때로는 가슴이 아프게, 때로는 사랑스럽게 표현한 문장들이 아직도 인상 깊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상실의 고통은 실제 저자가 겪었을 고통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 묘사와 표현력에 나 또한 감정의 동요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샐리 티스데일의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라는 책이 많이 생각났다. 상실을 겪은,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위로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도와주고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제시해준다. 회복 탄력성의 개념 외로 상실과 사랑에 대한 묘사가 인상적인 책이었다. 하지만 서평은 [옵션 B]의 핵심인 '회복 탄력성'을 중심으로 썼다. '회복 탄력성'에 대한 개념을 이미지로 정리해, 부가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높이고 체계적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해봤다.
- 회복 탄력성 이해하기
A. 상실(충격)에 의한 정신적 외상
책에서 설명하는 정신적 외상이란,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어 놓음으로써 삶은 통제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미가 있다는 인식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엄청난 사건이다. 믿음의 흔들림은 악순환의 시작을 부른다. 정신적 외상이 주는 고통은 저자의 경험이 모든 걸 설명해준다.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비명이 날마다 허공을 떠돌았다. 아이들이 울지 않을 때는 언제든 달랠 준비를 하며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지켜봤다. 내 울부짖음은 대부분 머릿속을 꽉 채우고 극히 일부만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나는 허공에 떠 있었다. 가슴과 폐에 엄청나게 커다란 구멍이 뚫려 생각할 수도 없고, 숨도 쉴 수 없었다."
이보다 더 처참하고 참담한 심정을 담아 가슴 찢어지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결국, 정신적 외상은 일상생활의 불능을 초래한다. 이성은 사라지고 고통만이 남아 들숨과 날숨에 슬픔과 절망만 담겨있는 상태이다.
B. 회복
회복을 위해 저자는 3P를 강조한다. 3P는 개인화, 침투성, 영속성이라는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를 멀리해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대체로 이해하고 공감했지만, 한가지 내 생각과 상충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개인화'이다. 개인화란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으로 역경을 겪게 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안티프레질과 C.강화의 영역에서 이 개인화 과정이 일부 필요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의 '위기 치료'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위기 치료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치료로써 회복 탄력성과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위치 치료에선 '책임 수용하기'라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이 부분이 개인화를 멀리하라는 저자의 주장과 충돌한다. 이 두 개념을 하나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개인화 멀리하기'와 '책임 수용하기'를 개인에게 적용하는 순서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상실과 충격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이 오면 일단 '개인화'를 멀리해라 정신적 외상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신적 외상의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언제까지 회복에 집중해야 하나.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시점까지 개인화를 멀리하는 것이 유효하다. 책임을 수용하는 단계는 이성적 판단을 기반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르게 책임 영역을 구분 짓고 위기 치료의 다음 단계인 '울타리 세우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세워진 울타리를 통해 우리는 선택적 변화를 이루고 비로소 상실 이전보다 강화된 상태에 이르게 된다. 즉, '위기 > 정신적 외상 > 개인화 멀리하기(이성적 판단 회복) > 책임 수용하기(선택적 변화를 통한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회복의 다양한 방법들이 자세하게 책에 서술되어 있으니, 책을 통해 확인하길 권장한다.
C. 강화
"자신의 성격이 아니라 행동을 탓하면 수치심이 아니라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유머작가인 이르마 봄베크는 죄책감을 '끊임없이 받는 선물'에 비유했다. 죄책감을 떨쳐버리기 힘들 수 있지만 개선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도록 만든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에는 더욱 나은 선택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것이다."
상실을 통한 정신적 외상의 책임을 성격이 아닌, 행동으로 돌려 더 나은 선택을 끌어내는 것. 이것이 회복 탄력성을 이용한 자기 강화에 해당한다. 상실 이전보다 더 나은 행동 기제를 갖추고 성장하라는 것이다. 특히 "가능한 자아가 사라지면 새로운 가능한 자아를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이 안티프레질과 맥락을 같이하며, 이 책이 주는 중요한 통찰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문제의 해결과 개선을 위해 능동적으로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자신을 강화하는 방법들은 책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D. 외부 요인
A~C에 해당하는 영역은 내적인 영역으로 회복과 강화에 이르는 방법들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회복과 강화를 가능케 하는 요인은 외부에도 존재한다. 그 종류로 공동체(공동 운명, 공동 목표), 신뢰, 유머, 사랑, 피드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계'로, 개인의 내적 성찰이 아닌 외부와 높은 신뢰 관계를 구축해 얻을 수 있다. 동료와 가족 등 신뢰 높은 관계 속에서 회복과 강화를 얻기 위해선 개인의 '수용적 태도'가 우선 되어야 한다.
- 마치며
우선 [옵션 B]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말해보자면, 책 속에 등장한 저자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223p의 "내 행동을 자극하는 주제로 성차별주의만 한 것이 없으므로...(중략)"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작가에게 성차별주의와 같은 불공정성은 강한 내적 동기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드러나는 사례들은 여성과 소수자들이 겪은 불공정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사회가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는 증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마땅히 이뤄져야 할 변화들이 변질되거나 늦춰지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공동 저자인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인권운동은 급진적 운동가들에 의해 오랜 시간을 들여 길을 돌아가야만 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운동들은 온건하게 전개 되어야 함을 [오리지널스]에서 잘 설명해준다. 메디나라는 한 여성이 CIA라는 큰 조직을 바꿔나갈 때 겪은 어려움과 실질적인 변화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지켜보면 급진파보다 온건파의 방법이 왜 효율적인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옵션 B]엔 불공정성과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는 있지만,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대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라는 말만 있을 뿐 온건한 방법을 취하라는 말이 없다. 이 부분에서 급진적 변화를 급진적 방법으로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논리적 근거로 이 책이 사용되어, 이 책이 제공하는 가치가 퇴색될까 우려된다.
"어둠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의 몫"이라는 책 속의 말을 인용하며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완벽한 대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완벽한 대답은 그 어디에도 없다." 결국, 애덤과 셰릴이 제시한 방법론과 접근법을 나에게 맞게 맥락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답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과 상실에 대응하는 법이 내가 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서 어떤 도움이 될지는 오로지 나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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