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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유행병의 시대] 대유행병 시대에 살아남기
    읽은 것/인문 2020. 9. 24. 23:01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2020년,

     현재 ‘코로나19’라는 대유행병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코로나가 만든 불편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은 시간은 여전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가 없던 날들이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다. 코로나는 어느새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에이즈, 사스, 메르스, 에볼라의 대유행과 충격을 직간접적으로 느꼈던 세대이다. 그런데도 어째서인지 유행병, 전염병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해왔다. 이런 의식을 깨버린 것이 바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이다. 이렇게 격렬하게 체감하는 까닭은 이 사태가 현재 진행형인 이유도 있겠지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생산성을 목표로 삼는 사회 구성원이 되었기 때문으로도 생각된다. 하는 일에 간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직접 엄청난 충격을 주었기에 더욱 코로나라는 유행병이 피부에 와 닿는다. 아마 지금 학생들인 사람들은 과거 내가 그랬듯이 이번 위기와 유행병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대유행병의 시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발생한 유행병을 되짚어 볼 때, 확신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새로운 전염병, 새로운 대유행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이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지가 문제다. 카뮈의 말이 옳았다. 전염병은 예측할 수 없을지언정 반드시 되풀이된다.” (546p)
     지난 한 세기 동안 나타난 유행병의 양상은 분명 이상하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로 분명 미생물학과 면역학, 백진학, 예방의학이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해당 전문가들은 대유행병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발생하는 빈도와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유행병의 존재는 일상처럼 다가올 것이고 이에 대응하는 방법과 태도를 갖춰야 하는 것은 단순한 필요성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해소를 위해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고도로 발달한 의학이 지금 이 사태를 순식간에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유행병이라는 문제를 해소할 대표적인 방법으로 백신이 존재하지만, 이는 단순히 질병과 백신의 문제가 아니다. [대유행병의 시대]는 하나의 병이 대유행병으로 평가되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감염성, 병독성, 전염성과 같은 병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대유행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모든 사람, 모든 존재가 생물학적 관점에서 더욱 밀접하게 연관되는 세상이 인간과 미생물 기생체 간의 ‘실질적 평형’에는 유익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인간은 인간 스스로 활동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살고 따라서 인간의 질병 가운데 그런 평형 상태에 이른 것은 거의 없다.’ 버넷은 이렇게 경고했다." (203p)
     대유행병에 질병의 전염성, 감염성, 병독성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퍼져나가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걸까. 이 책의 끝에 이 부분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첫 번째는 도시화와 세계화이다. 수많은 인구가 좁은 공간에 밀집해 거주하는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장소가 비위생적이라면, 감염 질환이 나타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밀집한 인구와 비위생적인 환경만큼 질병이 퍼지기 최적의 조건은 없다. 그리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유행병엔 격리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두 번째는 해외여행과 국제무역으로 넓고 빨라진 세계의 상호 연결성이다. 오늘날에는 새로 나타난 바이러스도 국제선 항공편을 타고 72시간 안에 지구 상의 어디든 도달할 수 있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들었지만, 이는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었다. 미생물들도 이에 힘입어 엄청난 무기를 갖게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을 막을 도리는 없다. 사스 사태와 지카 바이러스때 왓츠앱을 활용했던 것처럼 긍정적인 활용 방법들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는 중국과 같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에서 늘어나는 동물 단백질의 수요이다. 기업과 산업형 농장들이 점점 확장될수록 소규모 영세 농민들은 열대우림 끄트머리로 밀려나고 미지의 바이러스의 숙주들과 축산 동물, 사람 사이 전염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그 결과 질병이 발생할 위험성은 ‘열대 산림 지역과 포유동물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큰 곳, 농업과 관련된 토지 이용방식에 인위적인 변화가 일어난 곳에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대 사회에 들어서 유행병 발생과 확산에 인간이 일으킨 미생물의 생태학적 환경 변화가 가장 큰 영향력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도시화와 세계화는 인간이 주도하는 활동이고, 세계의 상호 연결성 역시 기술 발달이 인간의 활동영역을 비약적으로 넓히면서 발생한다. 기업과 산업형 농장들의 확대가 만든 여파는 인간의 시장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미생물이 직접 변화해 변종으로 나타나는 예도 있지만, 인간이 생태학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발생시킨 변화들은 현대사회에 이르러 강력한 유행병의 발생 빈도와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가장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생태계의 평형 상태가 아주 미미하게 깨지더라도 깜짝 놀랄만한 영향이 다수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러한 일이 예기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543p)


    대유행병 시대에 살아남기

    "상어가 북대서양 해수욕장에 나타나 사람을 공격한 적은 없다. 독감은 세균성 질환이며 영유아와 노인들에게는 위험한 질병이나 한창 활동할 나이의 젊은 성인에게는 위험하지 않다. 에볼라는 아프리카 적도 지역의 삼림 지대에서 풍토병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므로 북미나 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서아프리카 대도시까지 퍼질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세계에서 ‘신데렐라’ 같은, 별로 흥미로울 것도 없는 바이러스이며 병원과 유람선 같은 폐쇄된 환경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전 세계에 대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책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우리는 전문가들의 이런 발언을 신뢰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538p)
     이 책의 핵심을 요약한다면, 이것으로 모두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론에서 저자가 말한 것처럼 ‘잘 알려진 일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이와 같은 유행병 사례는 모두 새로운 병원균이 나타났을 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의학적 지혜가 얼마나 순식간에 뒤집히는지 잘 보여준다.’라는 말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올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영향력을 과소평가했었다. 독감과 다를 바 없는, 그리고 지난 사스와 메르스 같은 유행병들과 같이 스쳐 지나가리라 믿었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코로나는 예상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주고, 여전히 그 힘을 떨치고 있다. [대유행병의 시대]에 나타난 예측처럼 18개월가량 지속한다면, 2021년 겨울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고 내 목표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할까. 오프라인 시장은 필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개인 작업을 통한 전시와 노출, 규모 있는 문화 행사 기획은 더 어려워지므로 온라인을 통한 노출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배제하는 게 옳은 것일까. 온라인, 웹, 디지털로 노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좀 더 긴밀하고 몰입도 높은 가상 세계의 경험은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과연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미술품 전시가 작품이 주는 감동과 작가의 내밀한 감정들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코로나 사태는 분명 많은 제약과 한계를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문화 행사에 주된 표적이 되는, 특히 젊은 층의 인스타그래머블한 경험과 가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 시국에 돌아다니며 인증 소비를 하는 것이 민폐처럼 여겨지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변한 지금 대중들은 어떤 것을 소비하고 싶어 할까. 코로나가 준 충격이 어떤 변화를 끌어내는지 면밀하게 관찰하고 어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어가는지 예민하게 감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태가 종식되었을 때, 코로나가 발생시킨 급격한 변화가 사회에, 시장에, 사람들의 인식에 정착하는지, 어떤 것들이 내면화되어 계속해서 지속할 것인지 파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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